"그대는 다운로드 창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몇 시간 째.. 지겹지도 않냐고 물었지만 그대는 인생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어요. 조금씩 다운되어가는 시간 말이죠. 나는 그러는 그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어요. 어느 해인가 저무는 태양 아래 처음 그대를 보았을 때를 기억해 내었지요. 그 때에 나도 그대를 다운로드 받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대에게 접속했죠. 아니요. 나...
지옥은 니가 가자. 사람들 지옥 속에 처넣어 고통스럽게 한 이가 지옥에 가야지, 고통 때문에 몸부림친 이들이 실수했다고 지옥 가면 되겠느냐. 기준을 정한 이가 가야하는 것이 지옥이다. 태어난 대로, 살아지는 대로 사는 것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기준을 정하고 잘잘못을 가리는 이는 심판하는 자가 되었으니, 그로 인해 제한당하고 압제당하고 결박당하는 이들은 이...
바람이 거칠게 불었다. 스승은 아무 말도 없이 모래 언덕 너머로 사라지는 바람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제자는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스승에게 차마 말을 건넬 수가 없다. 십수 년간 스승과 함께 해왔지만 오늘 같은 스승의 눈빛은 본 적이 없다. 정적을 깬 것은 스승이었다. 스승은 제자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건넸다. “외계인이 있다고 믿느냐?” “네? 외계...
"나중에, 나중에는 없어요. 삶은 지금뿐이죠. 내일이 올 것 같아요? 내일은 어디까지나 내일의 오늘일 뿐이에요. 지금 말이죠. 우리가 만난 지금만이 중요해요." "교과서 같은 얘기를 하시는군요. 잘 난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말하죠. 오늘이, 지금이, 중요하다구요. 그런데요. 그거 아세요? 오늘을 살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과거에 오늘을 샀기 때문이에요. 그게...
저소비녀는 오늘도 마트 앞을 서성인다. 저소비녀에게 마트는 애증의 공간이다. 과소비를 부추기는 악마의 유혹 같으며 자신을 끊임없이 시험하는 운명의 테스트 같다. 매번 같은 공간, 같은 항목들의 쇼핑을 하고 말지만, 저소비녀에게 상품으로 가득 찬 마트에 진입하는 것은 매우 긴장되는 일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상품들이 끊임없이 유혹의 손길을 뻗쳐 자신을 소...
그는 지금 장엄한 서사의 끝에 서 있다. 어리석은 인간의 탈을 쓰고 참으로 오래도 살았다. 살아온 세월을 후회하며 한탄하기에는 새로 진입할 세계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다. 살아온 삶의 결과로 다음 생을 살게 된다면 그것은 얼마나 생을 저주하게 하는 일인가? 실수가 없는 사람이 없고, 인간의 선택이란 것도 결국은 모두 오롯이 자신만의 것이었다고 보기에는 무리...
그는 관계의 절벽에 서 있다. 절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누구 한 사람만의 잘못은 아니다. 그들은 계속 서로에게 무언가를 전가하며 절벽에까지 다다르게 된 것이다. 그들은 들판에서 만났다. 들판의 크기는 관계의 크기를 말해 주듯 넓게만 보였다. 그 들판만큼 상대의 가슴도, 이해의 폭도 넓으리라 연상되었다. 그것은 그래서 신기루였다. 신기루 속에서는 서로에 대...
“다시 태어나도 나랑 만날 거야?”여자는 묻는다. ‘우리가 다시 태어날까? 다시 태어나도 지금처럼 너를 만나게 될까? 그때에 너는 지금의 너일까? 나는 지금의 나일까? 우리가 만나는 그 세상은 지금의 세상과 같을까? ...’ 남자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대답을 할 수가 없다. 남자와 여자는 지금, 여기에서, 만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자...
사내는 아오모리의 한 고즈넉한 카페에 앉아 있다. 이곳은 마치 동화 속 세계를 구현한 듯 아기자기한 옛 장난감들과 할아버지의 시계를 연상시키는 각종 벽시계, 괘종시계들이 사방을 채우고 있다. 사내는 오랜만에 스타벅스를 벗어나 현지의 정서가 그대로 담긴 올드 카페의 분위기에 흠뻑 젖어 들고 있다. ‘아.. 창밖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따뜻한 공기가 감도는 이 ...
사내의 눈에 쌍꺼풀이 졌다. 사내는 쌍꺼풀이 없다. 아니 점점 무거워지는 눈두덩이에 눌려 쌍꺼풀이 눈썹 안으로 접혀 들어갔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설명이겠다. 사내는 피곤한 인생을 살아왔다. 그도 한참의 젊은 시절에는 부리부리한 쌍꺼풀을 자랑하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눈은 매서웠으며 그의 눈은 날카롭고 서늘했다. 부리부리한 쌍꺼풀은 상대로 하여금 강한 ...
사내는 초췌한 모습으로 히로사키역을 나섰다. 밤새 야간 버스를 타고 이동하느라 지친 몸을 빨리 추스르고 싶을 뿐이었다. 여행 중 좀처럼 야간에 이동하지 않는 사내이지만 일본의 살인적인 교통비는 사내로 하여금 평상시에 하지 않던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일본의 야간 버스는 생각보다 쾌적했다. 밤 10시에 출발해서 아침 8시에 도착하는 일정...
“너는 나를 그렇게 맛보고 싶니?” 와플이 소녀에게 물었습니다. 소녀는 벌써 며칠째 와플 상점 앞을 서성이고 있습니다. 이 와플 상점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플 전문상점입니다. 파는 것이라고는 와플뿐입니다. 와플의 본고장 벨기에의 국왕조차 자기가 먹어 본 와플 중에 제일 맛있다며 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답니다. 그렇게 맛있는 와플이니 매일같이 사람들이 이 와플을...
마법사 멀린의 時적 자아. 윤동주가 담바 픠우던 교토의 바다를 통해 이 세계로 들어왔다. 언제나 자신이 떠나온 어머니의 대지를 그리워하며, 주유하고 있는 이 세계의 정경을 눈에 담고 시로 토해낸다. 그의 가슴은 늘 그렁그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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